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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포 시나리오

SPG:3월 21일엔 싱크홀을 조심해

@designbaraa 님 커미션 작품입니다. 감사합니다!

 

세계 평화 기관 SPG의 요원인 PC는 본사에 복귀하자마자 사교도들의 음모를 알아내라는 임무를 받습니다.
전근 갔다오자 마자 일을 주는게 영 탐탁찮지만 하라는데 어쩌겠어요.
그런 PC의 파트너로 배정된 것은 기관 내 손꼽히는 문제아, KPC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PC."

...겉은 멀쩡해보이는데?

 

 

 

  • 인원 1:1 타이만 (다인으로 개변 X)
  • 형식 레일로드
  • 로스트 확률 無
  • 키퍼링 난이도 ●●●●○

엑스트라가 많습니다.

  • 플레이 난이도 ●○○○○
  • 주의사항
  1. 이 작품은 크툴루의 부름(Call of Cthulhu) 비공식 2차 저작물입니다. 크툴루의 부름 7판 룰을 사용하고 있으며 원작자와 번역자의 권리를 침해할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합니다. '크툴루의 부름' 한국어 번역판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초여명에 있으며, 작품 내 등장하는 시설, 단체, 인물 등은 모두 가상입니다. 실존하는 시설, 단체, 인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2. 진상과 엔딩에 직접적으로 영향이 가는 개변은 금하고 있습니다. 의문점이 생길 경우 하세(@hase_scenario)계정으로 디엠주세요.
  3. 노룰북 키퍼링과 금품이 오가는 키퍼링 커미션을 금합니다. 세션카드 커미션은 허용합니다. 꼭 라이터 이름을 개재해주세요!
  4. 공개된 곳에서의 시나리오 스포일러를 금합니다.
  5. 신화생물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담겨있으며 창작외계장치가 등장합니다.
  • 초면인 듯 초면이 아닌 관계 상정입니다. KPC>PC 방향의 짝사랑 관을 추천합니다.
  • PC와 KPC에게 초능력을 하나씩 부과해주세요 (종류 무관!) 뭐든 상관없지만 KPC의 경우 공격계 능력이면 좋습니다. 캐릭터 시트에 '초능력'을 추가해주세요. 수치는 PC의 경우 상관없으나 KPC의 경우 80 이상으로 고정됩니다.
  • 욕설 및 소재로 인해 15세 이용가 정도로 생각중입니다. 플레이에 참고해주세요.
  • PC를 향한 KPC의 일방적인 성애묘사가 있습니다. 불편하신 분들께서는 플레이를 재고하여 주십시오.
  • 트리거워닝 건물 붕괴, 폭행, 폭발 본 시나리오 라이터는 현실 범죄를 옹호하지 않습니다.
  • 추천 KPC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로는 진상이 이어집니다.


 

 

 

 

 

 

 

 

 

 

 

 

 

 

 

 

 

 

 

 

 

 

 




진상


사실 KPC와 PC는 한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PC가 처음으로 나갔던 현장에서 KPC는 그에게 구해졌습니다. KPC는 그날로 다짐했습니다. 언젠가 자신도 저 사람 옆에 서겠다고. 하지만 워낙 그 날 구한 사람이 많았고, 이후로도 수많은 현장에서 사람을 구한 PC에게 그를 기억할 겨를은 없었습니다. KPC도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서운해할 수도 있고, 옛날 일을 어떻게 기억하겠냐는 둥 반응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후 능력을 각성한 KPC는 PC와 함께 현장에 나가는 것을 꿈꾸며 SPG에 입사합니다. 하지만 바라던 PC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허구한 날 선배라는 놈들 뒤꽁무니나 졸졸 쫓아다니라잖아요! 이에 신경질이 났던 KPC는 대놓고 센터에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성격이 좀 나빠서. 아니, 많이 나빠서 훈련만 하면 시설 한두개 박살내는 건 예삿일이요, 대련 때는 상대를 아작내놓질 않나. 부장님껜 대놓고 개기질 않나... 그는 센터의 최고 문제아가 되어있었습니다. 물론 귓등으로 들은 체도 안했지만요.
그러던 중 부장의 명령으로 KPC는 PC의 파트너로 배정되었습니다. 드디어 PC와 마주하게 된 KPC는 생각합니다.
한 번 만나면 우연, 두 번 만나면 인연이니까, 어디 한 번 운명까지 되어보자고.

 

한편 로이고르를 모시는 사교도들은 로이고르를 실체화시켜 직접 숭배하기 위해 '마력 흡수장치'를 만들어 로이고르의 실체화에 필요한 마력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이를 알게된 Y제약은 로이고르의 현현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대신, 물밑에서 Y제약의 제품을 홍보하는데 도움을 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이를 통해 Y제약과 사교도들은 서로 동맹관계를 맺게 됩니다. 사교도들은 필요한 마력을 송소구에서 충당하고 있습니다. 마력 흡수장치는 짧게는 몇 킬로미터부터 수십 킬로미터까지 반경 안에 있는 사람들의 마력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송소구에서는 급격히 우울감 또는 무기력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사건의 심각성을 알게된 송소구청은 SPG에게 원인을 알아내달라는 요청을 하게 됩니다.

 




0. 도입

세계 평화 기관, SPG. 이름처럼 세계 평화를 위해 기여하는 기관입니다. 전국에 5개 지부를 가지고 있으며, 이 기관에 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특별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게는 염력으로 물건을 옮기는 것부터, 크게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뭐 아무튼 그런 기관입니다. 아무튼.
오늘은 pc의 본사 복귀 날입니다. 3년전 당신은 지방 지부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고 선뜻 전근을 나섰었죠. 뭐 그 땐 이렇게 길어질 거라 생각도 못했습니다만. 다시 돌아온 기분이 어떤가요, PC? (각자 편하게 말씀하도록 유도해주시면 됩니다. 뿌듯하다던가, 지방도 나쁘지 않았다던가... 물론 반절은 퇴사하고싶다고 할 것 같지만...)
우선 돌아오게 되었다고 상부에 보고하는게 좋겠죠. 어쩌면 설레고 어쩌면 지친 마음으로 PC는 부장실로 향합니다. 엘리베이터는 어쩜 당신이 떠날 때와 다를 게 없네요. 망설임 없이 부장실이 있는 38층으로 향하려는데, 관찰 판정.

실패: 38층이... 어디 있더라? 오랜만에 타려니 버튼 찾기 힘드네요.
성공: 버튼 옆의 벽이 어째 조금, 아니 많이... 찌그러진 것 같습니다. 이게 찌그러질 일이 뭐가 있죠? 그러고보니 엘리베이터 구석구석에 이런 게 여럿 있습니다. (KP정보: KPC가 깽판친 흔적입니다. 어떻게 꺵판을 쳤는지는... 상상에 맡깁니다.)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PC를 38층으로 안내합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큰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눈부신 햇빛이 PC를 반깁니다. 방 곳곳에는 난, 소나무 분재가 장식되어있고, 높이 달린 천장은 뻥 뚫린 느낌을 받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SPG의 부장이 앉아있습니다. 관찰 판정.

실패: 세월도 세월인지라 주름살에서 그 흔적이 나타나네요. 어제 잠을 잘 주무시지 못했는지 피곤해 보입니다.
성공: 헉... ... 그런데 왜 이렇게 피곤해 보이죠? 부장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3년 전엔 동안소리 들을 만큼 정정하셨는데요. 꼭 말 안 듣는 4살짜리 조카를 오래 맡은 듯한...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선명합니다.

"아... 왔으면 여기 앉아요."

어째 힘없는 목소리로 부장은 PC를 앞의 소파에 앉힙니다. 수고했어요. 3년간 고생 많았고, 다시 만나게 되어 기뻐요. 상투적인 환영인사가 오갑니다. 그래도 꼰대같은 소릴 하는 것보단 낫겠죠.

"음... 그런데, PC. 정말 미안하지만, 오자마자 일을 좀 해야할 것 같아요."

... ... 그래요, 각오는 했습니다. 워낙에 인력부족으로 시달리는데, 야근이나 안 시키면 다행이다 하고 출근하진 않았나요. 오늘도 퇴사를 꿈꾸며 잠시 한숨을 쉬고, 어떤 일인지 들어보기나 합시다. 부장은 읽어보라며 PC에게 신문을 건넵니다.

핸드아웃 : 신문

무기력증 호소자 급증... ... 우울증 상담은 2배 ↑
아무개 기자

최근 XX시 송소구에서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지난 10년 간 최고 수치이며, 평소 정신 질환 이력이 없던 사람들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그 이유를 찾아내기가 묘연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울증인 것 같다고 병원을 찾는 사람도 늘었어요. 계절 떄문에 그런 것도 있습니다만, 그런 걸 감안해도 그 수가 너무 많아서 동료들 모두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김철수씨의 말이다. 이와 더불어 관련 약품 판매량이 늘어나 제약회사에서는 호재를 부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봄이 더 빨리 따뜻해진 것이 이와 관련이 있는가를... ...


"최근 송소구에서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우리가 한 번 알아봤는데, 특정 사교도 무리 움직임이 활발해진 시점과 무기력증이 유행한 시기가 겹치더군요. 이게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한 번 조사해줬으면 좋겠어요."
"아, 물론... ... 혼자 하라는 건 아니에요. PC를 도와줄 요원도 하나 붙여줄 겁니다. 붙여줄 건데. 하아, 그 친구가..."
"... ...조금 많이 별나서."

PC의 파트너가 될 사람을 언급하며 부장은 안색이 급격히 나빠집니다. 뭐죠, 이 상황은? 그러나 차마 그런 생각 할 틈도 없이 누군가 덜컹거리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뒤를 돌아보자,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칼에 새하얀 피부를 가진 누군가가 이쪽을 보고 있습니다. 빨간눈이 제법 매력적이네요. (KPC의 외모를 묘사해주세요. 이상은 예시 문장입니다.) 그를 보는 부장의 표정이 아주, 아주아주... 좋지 않습니다.

"...인사해요. 당분간 한 팀으로 일하게 될 거에요. KPC... ... 이 분은 PC. 선배님이야. 어서 인사해."

그가 바로 당신의 파트너가 될 KPC 입니다.

"안녕하세요 PC 선배님, 잘 부탁드려요."

... ...겉은 멀쩡해보이는데? PC는 해사하게 웃으며 KPC가 내민 손을 얼결에 잡고 인사했습니다.


01. SPG의 문제아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내카페 커피 맛은 좋기만 합니다. 일단 내일부터 일하라고 했으니 오늘은 쉬어야죠. 야호! 그래서 좋아하는 메뉴를 고르고, 카페에서 다른 직원들을 기만하며 노닥거리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PC가 본사로 복귀했다는 소식을 들은건지, 친한 동료들이 당신을 찾아옵니다. 뭐,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려나요? 하하, 거기도 집만한 비둘기 괴물이 나오는 것 뿐이지, 나름 괜찮았는데...

"PC! KPC랑 한 팀이 됐다는 게 정말이에요?"
"어떡해... ... 괜찮아요? KPC가 처신 잘하라고 협박하진 않았나요??"

...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KPC와는 가벼운 악수를 한 게 답니다. 부장님께서 KPC와는 따로 할 말이 있으시다며 PC를 먼저 돌려보내긴 했지만... KPC가 딱히 위협을 한 것도 아닙니다. 짧은 RP구간입니다. 이 구간에서 KPC에 대해 퍼진 소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RP에 대한 가이드라인입니다.

그게 다 무슨 소리냐?: 이 기관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KPC다. 오죽하면 별명이 개새끼겠나.
개새끼라니, 그 사람이 뭘 했길래...: 한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설명하기 힘들다. 부장한테도 개겼다던데... 훈련할 때 훈련장을 초토화시키는 건 예사고, 최근엔 현장에 나가서 빌딩 하나를 날려버렸다더라. 사람도 죽여봤다던데... (KP 정보: 그런 적 없습니다)
징계는 안 받나?: 받아도 꿈쩍 안 하니까 윗선에서도 이미 반쯤 포기한 분위기다. 워낙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고, 인력도 부족하니까. 성격만 좋으면 될 거 같은데 제일 중요한 게...
협박은 무슨 말인가?: 한 번 다른 요원이 KPC와 팀을 꾸린 적이 있는데, 작은 실수를 한 것 같더라. 그냥 넘어가도 될 정도의 실수였나 보던데, 멱살을 잡고 흔들면서 나대지 말라고 했다더라. 그 뒤로 일은 KPC가 다 하고 그 친구는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게 묶어놨다던데. 그 일 이후로 그 친구는 현장 나가길 꺼리더라.
KPC 지금 어딨는가?: ... ...그러고보니 아까 훈련장에서 큰 소리가 나던데.

그때였습니다. 쾅! 하는 큰 소리와 함께 건물 바닥이 잠깐 흔들립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놀란듯 보이는 사람은 PC 뿐, 카페 직원과 동료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또 시작이라는 듯 의연하기만 합니다. (훈련장으로 가 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 분께서 직접 선택하도록 도와주세요. 훈련장으로 갈 경우 아래 내용이 이어지고, 가지 않을 경우 바로 챕터 2로 넘어가주세요.)

SPG의 훈련장은 건물 지하에 있습니다. 땅에서 폭탄이 터져도 고요할 정도로 튼튼하게 지어진 것이 최고 자랑거리죠. 그런데 그 훈련장을 박살을 냈다고?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대도 그게 가능한가? 어쩐지 의구심이 듭니다. 엘리베이터가 지하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급히 어딘가로 달려가는 치유계 요원들입니다. 붙잡으려 해도 "죄송해요, 지금 바빠서! 아, 또 XX이야 미친놈이!" 라며 PC를 뿌리칩니다.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질 않는건지...
소란이 난 것은 가장 큰 훈련장인 8호실 입니다.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보면... 관찰 판정.

실패: ...무언가 슉하고 날아가는 게 보입니다. 저거 설마 사람? 사람인가요? SANC 0/1
성공: 요원 하나가 종잇장처럼 슉 날아가 벽에 부딪힙니다. 충격에 기절한건지 그는 풀썩 쓰러집니다. SANC 0/1

놀란 PC가 문을 활짝 열고 그 반대편을 바라보면... 흥미없는 듯한 얼굴의 KPC가 있습니다.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하네요. 훈련장은 개박살이 났는데 말입니다. 천장에 붙은 타일이 너덜거리고 있는데요... 그는 아무렇지 않게 다음 요원에게 덤비라고 손짓합니다. 아니, 저게 진짜! 그만두지 못해? 그러자 KPC가 PC가 있는 쪽을 바라봅니다. 얼떨결에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었나 보네요. ...어쩔 수 없죠. 그렇게 나온다면 어떻게든 막을 수 밖에...!

"오실 거면 오신다고 말씀해주시지. 기다리셨어요?"

KPC는 능력을 멈추고 (능력에 관한 묘사를 넣어주셔도 됩니다. 염력으로 들고있던 바윗덩이를 내려놓고... 라던가요.) PC에게 다가갑니다. 싱긋 웃기까지 합니다. KPC가 PC에게 한눈 팔린 틈을 타 다른 요원들이 부상자들을 하나하나 의무실로 데려갑니다. 꼭 신기한 걸 봤다는 듯 PC를 바라보고요...
짧은 RP 구간입니다. KPC가 뻔뻔하게 나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EX)
왜 사람을 저렇게 만들어놔? 죽을 뻔 했잖아! > 에이, 안 죽을만큼만 했어요. 한 일주일 있으면 걸어다닐 수 있을걸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동료한테 너무 심하잖아. > 쟤네가 약한 게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훈련은 실전처럼 해야죠.

KPC!!!!! 갑작스러운 호통소리에 문 쪽을 바라보면 사색이 된 부장이 KPC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KPC는... 익숙하다는 듯 코웃음을 쳤지만요.

"저 먼저 가볼게요, 내일 봐요 선배?"

심지어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문 밖으로 유유히 사라집니다. 넌 대체 내 말을 뭘로 생각하는거야! 부장의 악소리가 점점 멀어져갑니다. 덩그러니 훈련실에 혼자 남겨진 PC는 생각했습니다. 아, 오지 말 걸... ...


02. 잠입

다음 날, 출근했더니 센터 내엔 PC에 관한 소문이 이미 쫙 퍼져있습니다. 저 사람이 그 개새끼랑 한 팀이 된 사람이래... 세상에, 어떡해. 불쌍해... ... 울면서 그만두겠다고 하는 거 아냐? (만약 훈련장에서 KPC를 만났을 경우 부장 말도 씹는 KPC가 PC말은 듣는다는, 세뇌계 능력을 숨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상한 소문이 퍼져있습니다. ^^) 회사의 슈퍼스타가 된 기분이네요. 이제 아주 안 좋은 쪽으로... 부장실로 올라가면 어제보다 더 피곤한 얼굴의 부장이 PC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성의 기미는 조금도 없는 KPC와 함께. PC는... ... 어디에 앉았나요? KPC의 옆에? 혹은 앞에? 어쩌면 부장의 말을 서서 듣겠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밤 여객선 카나리아 호에서 선상 파티가 열려요. 평범하게 좀 높으신 분들이나 유명한 사람들 모여서 이것저걱 즐기려는 의도 같지만, 참가 명단에 사교도 무리가 섞여있더군요. 아무래도 그 파티에 사교도와 관련된 누군가가 섞여있는 것 같아요. PC와 KPC의 임무는 이 파티에 잠입해서 사교도와 유착관계를 가진 자가 누군지 조사하는 겁니다. 겸사겸사 그들이 뭘 하려는건지 알아내면 좋고요. 입고 갈 옷은 우리가 준비해 줄게요."
"그리고 KPC, ...이번엔 제발, 제발! 민간인 상대로 초능력 쓰지 마. 너 때문에 직원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KPC는 아 네~ 하고 대충 대답합니다. 부장이 뒷목을 잡은 건 덤이고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더니 딱 그 꼴이네요, PC.

*

선상파티가 열리는 카나리아 호 앞에 도착했습니다. 표는 이미 구해놨다고 했었죠. KPC와 PC는 파티에 참가하기 위해 각자 수트와 드레스를 갖춰입었습니다. (둘 다 수트 또는 드레스를 입어도 상관 없습니다.) 열심히 차려입은 KPC의 모습도 제법 봐줄 만 하네요. 이렇게 꾸미고 가만히 있기만 하면 좋을텐데. 아무튼 첫 번째 임무는 파티 내 사교도와 유착관계를 가진 것이 누군지 알아내기, 두 번째 임무는 사교도들의 음모를 알아내기 입니다. 머릿속으로 임무를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었더니, KPC가 PC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습니다.

"나한테 뭐 물어볼 거 없어요?"

없다고 할 경우: "그래요 그럼." 어쩐지 서운해보이는 표정으로 시선을 PC에게서 뗍니다. ...뭔가 중요한 게 있었나?
있다고 할 경우(또는 민간인 상대로 초능력을 쓴 적 있냐고 물어볼 경우): 어깨를 으쓱이더니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힘만 센 깡패새끼들 있잖아요. 하루는 그것들을 소탕하라 그래서 현장에 나갔는데,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인질로 잡으니까 빡돌아서 그만." "걱정마세요, 죽이진 않았으니까." 죽는 게 차라리 나은 수준이겠지만, 뭐... ... 뒷말은 애써 흐립니다. 다 들린다고요...
그 밖의 것을 물어볼 경우: 적당히 흐리멍텅하게 대답해주시면 됩니다. 단, '이전에 어디서 만난 적 있느냐' 뉘앙스의 질문이 들어올 경우 "글쎄요, 어떨까요?" 역으로 물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만 갈까요? KPC가 배를 가리키며 PC에게 손을 내밉니다. (KP 정보: 손을 잡을지 말지는 자유이나, 손을 잡지 않을 경우 KPC가 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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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롭게 꾸며진 여객선 안에는 내노라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찬을 즐기고 있습니다. 재벌 3세, 기업의 후계자, 슈퍼모델... 아, 최근 유행한 드라마 '내 나이가 없다면 어쩔래' 의 주역 배우도 보여요. 거기다, 화려하고 맛있어보이는 음식이 잔뜩! 엄청 비싸보이는 와인도 있어요! ... ...이럴 때가 아니죠. 일단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부터... ... KPC가 음식을 먹는데 정신이 팔려있네요. 우린 놀러온 거 아닌데!

RP 구간입니다. 선상파티를 즐겨주시는 방향으로 해주시면 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KPC는 제멋대로 술을 한모금 할 수도 있겠습니다. 자유롭게 RP를 즐겨주셔도 되고, 다음의 이벤트를 즐겨주셔도 됩니다!

<이벤트 : 댄스>

갑자기 회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뀌더니 주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짝을 짓고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요즘 시대에도 이런 게 가능한건가...? 당황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자 KPC가 피식 웃으며 마시던 과일 펀치를 내려놓습니다.

"선배, 춤 출 줄 알아요?"

그러곤 자연스럽게 PC에게 손을 내밉니다.

뒷 이야기는 키퍼님의 재량에 맡깁니다. KPC가 PC에게 춤을 가르쳐줄 수도 있겠고, 춤을 추다 누군가 발을 밟을 수도 있겠고... 다양한 일을 즐겨주세요.

*

선상파티의 분위기에 감화될 즈음, 갑자기 KPC의 눈매가 날카로워지더니 급히 PC에게 귓속말 합니다.

"선배, 저기. 빨간 넥타이 한 사람. 보여요?"

너무 멀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독특한 빨간 넥타이가 눈에 띕니다. 그는 검은 서류가방을 들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습니다.

"저 사람, 사교도에요. 부장이 준 사교도 자료에 있었던 사람이고... ... 아마 이 거리에선 선배한텐 잘 안보이겠지만. 쫓아갈까요?"

사실 묻긴 했지만, 다른 선택지도 딱히 없죠. KPC와 함께 사교도를 미행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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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도는 파티장에서 빠져나와 깊숙한 객실 안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은밀행동 판정. (KP 정보: 실패시 사교도가 뒤를 돌아봅니다. 가까스로 복도 뒤쪽에 숨었지만... ... 다음은 없을 것입니다.)

잠시 뒤 사교도가 걸음을 멈춥니다. 멀리서 뒤를 쫓던 PC와 KPC도 멀리 모퉁이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기로 합니다. 반대편에서 어디 있었던 건지 모를 사교도들이 도착하고, 잠시 후 바로 앞 객실에서 척봐도 비싼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나와 사교도와 마주합니다. 앗, 그는 Y제약의 대표이사에요. 이사는 손에 든 무언가를 사교도들에게 건넵니다.

"부탁하셨던 잔투의 서판 무삭제판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약속대로 값은 지불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만약 그 분께서 완전히 실체화하시면 저희 회사 제품을 홍보하는데 도움 주시기로 한 것 부디 기억해 주십시오."
"하하, 그것은 걱정 마십시오. 그분께서 비실체로 이곳에 현현하시기만 해도 약을 먹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뛸테니 말입니다."
"무기력한 이가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로이고르님께 바칠 마력이 잘 흡수되고 있다는 것이니,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뭐가 그리 좋은지 그들은 서로 기분 좋게 웃어댑니다. 그러니 정리하자면, 이런 것이군요. 사교도들의 수상한 움직임은 로이고르를 불러내 실체화시킬 마력을 충당하기 위해서였고, 그래서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난 시점과 맞물렸던 것입니다. 그들의 목적은 로이고르를 완전히 실체화시켜 숭배하는 것입니다. 그리 하면 수면장애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질테니, 자연스레 관련 약품의 판매량은 늘어나겠죠. 그렇게 된 거였군. KPC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 ...인기척이 들리는데요?"

갑자기 사교도들이 KPC와 PC가 있는 쪽을 돌아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옵니다. 젠장, 들켰나! (KP 정보: 만약 초능력이 텔레포트 계라면 사용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기관에 들켰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니까요.) 일단 다가오면 싸울 수 밖에 없죠. 전투 태세를 취하고 사교도를 기다리는 PC를 KPC는 가만히 바라보더니, 그를 벽으로 몰아붙여 얼굴을 가까이 가져갑니다. 그리곤... ...

"... ...크흠!"

가까이 다가오던 사교도가 점차 멀어집니다. PC, 입술이 닿았나요? (KP 정보: 두 사람은 연인 행세를 하며 사교도의 경계선상에서 벗어났습니다. KPC의 성격에 따라 실제로 PC에게 키스했을 수도 있고, 키스하는 척만 했을 수도 있고, 좀 욕망이 큰 KPC라면 혀를 넣었을지도 모르겠네요 ^^... 키퍼분의 재량에 맡깁니다. 화이팅! 합법적으로 PC에게 키스를 갈겨보세요!) 이만 가죠. 자리는 파하고 사교도와 Y제약 대표이사는 뿔뿔이 흩어집니다.

"...휴, 들킬 뻔했다. 그쵸?"

PC는 화를 낼수도, 무슨 짓이냐고 추궁을 할 수도 있겠네요. PC가 KPC를 다그치면, 어쨌든 안 들켰으니 된 거 아니냐며 되려 뻔뻔하게 굽니다. 잡히면 더 큰일났을텐데 이정도야 뭐. 라면서요. ... ...아무튼 사교도들의 목적도, 유착관계도 알아냈으니 보고해야겠죠. 여러모로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03. 꿈속에서

선상 파티에서 빠져나와 알아낸 내용을 보고했더니 벌써 내일이 되어 있었습니다. 편히 침대에 누워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려 봅니다. 선상파티는 즐거웠어요. 음식도 맛있었고요. 이런 맛에 높으신 분들이 파티를 즐기시나... 왠지 이해가 될 법 하네요. 뭉게뭉게 가까이 보였던 KPC의 속눈썹이 떠오릅니다. 참 가만 있으면 괜찮은... ...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입니다. 헤어질 때도 선배님, 제 꿈 꾸세요! 라고 했었죠. 정말 뭐하는 놈이야? 분명 별명이 개새끼라고 했는데, 당장 남들한테 하는 것만 봐도 그런 것 같긴 한데... ... 왜 PC에겐 그런 면모를 보이지 않는 걸까요? ...설마 PC를 좋아하는 걸까요? 아니, 그럼 왜? 그래봤자 어제 처음 만난 사이일 뿐입니다. 첫눈에 반하기라도 했다는 거야, 뭐야. 도통 생각해봐도 그 의중을 모르겠습니다. 아이디어 판정을 할 수 있습니다.
실패: 어제 입술을 떼며(얼굴일 수도 있겠습니다) 발그레하던 KPC의 뺨이 떠오릅니다. 젠장, 이게 아닌데!
성공: 그러고 보면 유달리 PC를 편하게 대하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꼭 이전부터 알던 사람을 대하는 듯한. 낯을 가리지 않는 건가 생각해봤지만, 그렇다기엔 기관 내 소문이 너무 안 좋은데... ... 딱히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내일도 출근해야 하니까... 슬픈 직장인의 몸을 이끌고, PC는 수마에 빠집니다.

...

PC는 처음 현장에 나가던 날의 꿈을 꿉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그 땐 더더욱... 뭘 몰랐죠. 기억 나나요, PC? 당신이 처음 맡았던 현장 임무는 붕괴된 건물 밑에 깔린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화재가 일어난 곳으로 가 불을 끄는 역할이었죠. (KP 정보: PC의 초능력 종류에 따라 맡았던 역할이 다를 수 있겠습니다. 염력이라면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치우거나, 치유계라면 부상자들을 치료하는데 전념하는 등의 묘사를 넣어주세요.) 아수라장이 된 현장 한 가운데, 뒤죽박죽 얽히는 사람들 사이 고립된 섬처럼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때는 패닉이었다고나 할까요, 나름 난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나도 작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죠. 그 꿈을 꾸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새록새록 납니다.

 

"...저기요, 거기 누구 있어요?"

 

희미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립니다. 그래요, 그 때도 이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다잡았어요. 아마 이 잔해 더미 아래 누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근력판정을 통해 건물 잔해를 치웁니다. 근력판정에 실패할 시 들고있던 잔해를 떨어뜨려 다시 치워야 합니다. 잔해를 어느정도 치우고 나면, 그 틈새에 들어가있던 사람이 PC를 바라봅니다. 그는... 지금보다 조금 더 앳된 모습의 KPC입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마르고 몸에 잔뜩 생채기가 난 그는 말합니다.

 

"선배 입술은... 생각보다 부드럽네요."

 

순간 어젯밤의 모습과 겹쳐지더니 눈이 번쩍 뜨입니다. 이제 보이는 건 익숙하고 캄캄한 천장입니다. 꿔도 무슨 이런 개꿈을! SANC 0/1 아무래도 어제 있었던 일이 너무 강렬했나봅니다. 빨리 도로 자야겠어요. 시계를 보니 새벽 3십니다. ...그러고보면 KPC는 왜 꿈 속에서 건물 잔해에 깔려 있었을까요. 본인을 만나게 되면 직접 물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04. 이상동몽

 

결국 전날 한숨도 못 잤습니다. 잠에 조금 들려 하면 KPC가 꿈에 나타나서 PC를 불러댔으니까요. 마음같아선 KPC에게 꿈에 나타나지 말아달라 하고 싶지만... 글쎄요, 그런다고 말을 듣는 것도 아니고. 아, 자고싶다... 업무 째고 수면실 가서 10분이라도 눈 붙이고 싶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이미 출근을 한 것을. 지친 몸을 이끌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려니 PC를 어젯밤 실컷 괴롭힌 KPC가 먼저 안에 타고 있습니다.

 

"안녕 선배! 어제는 내 꿈 꿨어요?"

 

짧은 RP를 가집니다.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주시면 됩니다. KPC는 매우 쌩쌩한 상태로 이를 강조해주셔도 좋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금세 38층에 이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한결 개운한 모습의 부장이 KPC와 PC를 반깁니다. 책상 위에 못 보던 분재도 하나 생겼네요.

 

"어서와요. 어제는 일하느라 수고했어요. 더 늦어지기 전에 오늘 바로 그들의 본거지를 칠 겁니다. 사교도들이 본거지로 사용하고 있는 곳은 낙고빌딩이라고 하는, 허름한 건물이에요. 그게 어딘지는 여기, 스크린 보이죠? 오늘 19시, 제공하는 차량을 타고 이 곳으로 가도록 하세요. 사교도들을 체포하시되, 최악의 상황에선 알아서 처리하시면 됩니다. 아마 로이고르에게 마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기계장치를 사용하고 있을 겁니다. 마력 흡수 장치라고 하는데, 이걸 보면 즉시 파괴하세요. 로이고르가 아직 현현하지는 못했으니 그렇게 위험한 일은 없을 거에요. 다만 걱정되는 건, 사교도들 사이에 초능력자가 섞여있다는 것 같아서 말이죠. 되도록 방심하지 마세요. 그리고 KPC? 힘 즈즐 즐흐르..."

 

... ...아마 힘 조절을 잘 하라는 의미겠죠. KPC는 성의없이 대답합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짧은 면담이 끝난 뒤 KPC와 PC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7시까지는 그에 대한 준비를 하라고 하니 차근차근 준비해볼까요. KPC가 PC를 곁눈으로 슬쩍 보더니, 고개를 푹 숙이곤 말합니다. (KP정보: KPC는 PC에게 일명 '불쌍한척'을 합니다... ...아무래도 SPG에 입사한 계기를 만들어 준 PC의 곁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아 하는 편이죠... KPC의 목적은 계속 PC와 팀으로 활동하자는 수락을 받아내는 것입니다. 아래는 예시로, KPC의 성격을 살려 RP해주시면 됩니다. 참고로 KPC는 ... 실제로 그닥 미안해하지 않습니다...)

 

"선배, ...선배는 날 어떻게 생각해요? 선배도 내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요?"

"내가 잘못한 거 맞아요...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너무해 보였겠죠. 선배도 그렇게 생각하죠? ...그치만 난 열심히 하려고 그랬다고요. ...딱히 누굴 괴롭히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어요. 잘못했어요. 이제 안 그럴게요. 선배까지 나 미워하지 마세요."

"나 계속 선배랑 팀으로 활동하고 싶어요. 선배, 싫어요?"

 

(KP 정보: PC가 수락할 때까지 설득합니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대인기능을 사용하시거나 바닥에 드러눕는 쪽을 추천합니다. 아니면 제멋대로 허락한 거라며 우기셔도 됩니다.)

 

KPC는 무척이나 기뻐합니다. 몇 번씩이나 PC에게 고맙다 말하며, 앞으로 진짜 잘 하겠다는 다짐까지 보입니다. KPC는 갑자기 손을 잡아도 되냐 묻더니, 대답과 상관없이 PC의 손을 양손으로 꼭 잡고 PC를 바라봅니다.

 

"선배, 잠깐 기다려 주실래요?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급히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KPC가 건넨 것은... 끈으로 만든 팔찌입니다. PC에게 어울리는 색으로 엮인 팔찌는 직접 만든 건지 마감이 살짝 허술합니다. 얼굴을 발그레하니 붉힌 KPC는 팔찌가 든 상자를 만지작거리며 말합니다.

 

"선배 생각하면서 제가 직접 만든 거에요. 만약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하면... 그 팔찌가 지켜줄 거에요. 빨리 해보세요."

 

꼭 고백이라도 한 것처럼 잔뜩 설레는 얼굴로 KPC는 PC에게서 후다닥 달아납니다. 어차피 나중에 또 볼텐데, 지금 도망가는 의미가 있나...? PC는 멀어지는 KPC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봅니다. KPC에게 고백 비스무리한 걸 받은 기분은... ...어떠신가요.

 

 

05.

 

현재 시간 18시 57분. 낙고빌딩 앞에 PC와 KPC가 도착합니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건물이다보니 주변을 지나다니는 인구는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모두 퇴근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퇴근하고싶다... 오늘도 가슴 속에 묻어둔 사직서를 꺼내려다 맙니다. 갈까요, 선배. 시계의 분침이 정확히 12를 가리키자 KPC가 말합니다. 이제 일을 끝내러 갑시다. 세계평화를 지키러 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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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건물 안에는 지키는 사람 하나 없습니다. 경비가 허술한 것이 오히려 더욱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군요. 정보에 따르면 마력 흡수 장치는 지하 2층에 있을 것이고, 사교도들은 지상 3층에 본거지가 있다고 합니다. 우선 사교도들의 수를 줄여놓고, 마력 흡수 장치를 부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KPC와 PC는 지상 3층에 도착했습니다.

 

"갈림길이네요. 여기서 흩어지죠. 어느 쪽으로 가실래요?"

 

KPC는 여기서 흩어지자며 PC에게 선택권을 줍니다. PC가 방향을 선택하면 KPC는 그 반대쪽으로 향합니다. (KP 정보: PC가 어느 방향을 선택하는지에 대한 여부는 스토리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몸조심 하세요. 걱정마세요,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처리할테니까."

 

뭐가 그리도 좋은지, KPC는 킥킥 웃다 반대편으로 사라집니다. PC, 그럼 가볼까요. 

PC가 향한 곳에는 각종 잡동사니와 정체 모를 문서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관찰 판정 가능합니다.

 

실패: 이상한 그림들과 읽을 수 없는 문서가 이리저리 정리되지 않은 채 엉망입니다.

성공: 이상한 주문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로이고르를 현현시킬 때 필요한 주문을 연구했던 흔적으로 보입니다. 

 

문서 중에는 Y제약과 연관된 자료들도 있습니다. Y제약의 이사가 사교도들과의 계약에 동의한다는 문서의 사본 또한 존재합니다. 이게 있으면 둘의 유착관계를 증명하는데 도움이 되겠군요. 문서를 챙기고 이를 빠져나가려는데, 갑작스러운 충격파가 PC를 덮칩니다. 체력 -2. SANC 0/1D2

 

"쥐새끼 한 마리가 여기 있었구만."

 

사교도 일행이 출입구를 가로막고 서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들 중 전기 관련 초능력을 가진 이가 있나 봅니다. 몸이 마비된 것처럼 제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자식은 어떻게 하지? 바로 죽여버릴까?"

"그것보단 있는 마력을 다 뽑아내고 죽이는 게 낫지 않겠어? 보아하니 이런 곳에 혼자 오진 않았을 거고, 일행이 있을텐데. 인질로 사용하는 건 어때."

"그럼 마력 흡수장치가 있는 방에 처넣을까?"

 

사교도들이 PC에게 다가와 머리채를 잡고 상태를 이리저리 살핍니다.

 

"머리에 피를 좀 흘린 것 빼곤 상태는 나쁘지 않네. 마력도 상당하고. 이 자식 초능력잔가본데?"

 

그들은 이 놈 일행까지 잡아서 지하에 가둬놓자며 킬킬댑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이들을 뿌리치는 것도 못합니다. 초능력 또한 쓸 수 없습니다. 마비라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문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선배?"

 

KPC가 초점 없는 눈으로 PC가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도망치라고 말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KPC의 표정은 미묘합니다. 놀란 건지, 화가 난 건지... ...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PC에게는 보였습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KPC의 손이요. KPC를 발견한 사교도들이 PC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보입니다. 무력으로 인해 상체가 갑자기 들리자 저도 모르게 컥 하고 숨이 터져나옵니다.

 

"이 녀석 일행이냐? 이 자식 죽는 꼴 보고싶지 않으면 순순히 투항해라."

 

사교도의 협박에도 KPC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습니다. KPC는 정신 나간 사람 처럼 PC만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풋, 하고 크게 웃음을 터뜨립니다. 허리를 젖혀가며 웃던 그는 눈물까지 훔칩니다. 예상 밖의 반응에 사교도도, PC도 모두 당황하여 할 말을 잃었습니다.

 

"하하하! 하하, 하. 씨발새끼들이, 뒈지고 싶어서... ..." (KP 정보: 검열해주셔도 괜찮습니다. KPC가 매우 화가 났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가 웃음을 멈추자 마자 표정에 살기가 돌았습니다. (KP정보: KPC는 초능력 판정을 합니다. 판정의 성패와 상관 없이 다음의 지문을 출력합니다.)동시에, 쩡.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아래로 쑥 꺼졌습니다. 그 곳에 있던 모두가 끝없이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곧바로 쿠르릉대며 건물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시야가 암전됩니다.

 

 

 

06. 기억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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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힘겹게 눈을 뜹니다. 다행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수준은 아닙니다. 건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졌는데, PC는 조금도 생채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 ...KPC가 준 팔찌가 해져 너덜너덜합니다. 팔찌가 지켜줄 거라는 말은 아무래도 사실이었나 보네요. 그렇다면 KPC는 어디에... ... 몸을 일으켜 KPC를 찾으러 나섭니다.

그러고 보면, 어젯밤 꾼 꿈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죠. PC가 처음 출동한 현장에 KPC가 있었습니다. 아이디어 판정.

 

실패: 꿈에서는 앳된 얼굴의 KPC가 건물 잔해 아래에 있었습니다.

성공: 꿈에서는 앳된 얼굴의 KPC가 건물 잔해 아래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그랬습니다. 오래 전, 그는 PC가 SPG 소속으로 구했던 첫번째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 그는 건물 잔해 아래 있을 겁니다. 살아있어라, 제발. PC는 KPC의 이름을 외치며 이곳 저곳을 헤집고 다닙니다. 한참을 두리번거렸습니다. 듣기 판정.

 

실패: 으으... ... 신음소리가 작게 들립니다. KPC의 목소리입니다.

성공: 선배, 나 여기. 으으... ... KPC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가자 건물 잔해에서 스스로 빠져나온 KPC가 벽에 등을 대고 힘겹게 몸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KPC는 PC를 보더니 안심한 듯 미소짓습니다.

 

"다행이다... ... 무사했구나, 선배."

"예전엔 바위 밑에서 꼼짝도 못했는데 말이죠... 이번엔 나 혼자 빠져나왔어요. 기억나? 선배가 날 구해줬어."

"... ...그땐 정말 꼼짝없이 죽겠구나 생각했었어요. 초능력도 없었으니까... 선배가 아니었다면 정말 죽었을거야. 선배가 나한테 미래를 줬어. 늦게나마 고맙다는 말 하고 싶어요."

"아, 이번엔 내 실수에요. 너무 화가 나서 힘 조절을 못했네..."

 

자조적인 웃음을 뱉던 KPC는 힘겹게 몸을 일으킵니다. PC가 만류하면 아직 이 정도 힘은 남아있다며 PC를 안심시킵니다.

 

"선배, 아직 할 일이 남았어요. 마력 흡수장치가 아직 안 부서졌어."

 

마력 흡수장치는 지하 2층에 있습니다. 건물은 비록 박살이 났지만, 지하 2층만큼은 튼튼하게 만들어 타격이 없는 듯 합니다. KPC는 손가락을 펼쳐보이며 설명합니다.

 

"방법은 두 가지에요. 하나는 내가 직접 장치를 부수는 거, 다른 하나는 자폭 장치를 실행시키는 거. 내가 직접 장치를 부수면 간단하고, 선배는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 대신... 저 밑에 깔린 사교도 놈들은 다 죽을 거에요. 먼저 구해주고 폭파시키면 되지 않냐고요? 음... ... 아무래도 제가 아까 떨어지면서 힘을 너무 많이 써버렸거든요. 딱 장치를 파괴할 수 있을 정도만 남았어요. 아마 SPG도 애 좀 먹겠죠? Y제약과의 유착관계를 증언해 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자폭장치 같은 경우에는 제가 아까 3층에서 알아낸 건데, 작동시키면 5분 뒤에 장치가 스스로 폭파돼요. 그 쪽으로 하면 우린 일단 죽어라 뛰어야 하고... 아무래도 번거롭죠. 대신 살아있는 사교도 몇은 데리고 나갈 수 있을 거에요. 증인도 만들 수 있을 거고. ... ...일단 사람도 살릴 수 있어요. 어떻게 할래요? 난 선배가 하자는 대로 할게요."

 

PC는 둘 중 한가지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PC의 선택에 따라 엔딩이 갈립니다.

KPC에게 장치를 부숴달라고 부탁한다 > ENDING A

자폭장치를 실행시킨다 > ENDING B

 


A. KPC에게 장치를 부숴달라고 부탁한다

 

KPC는 고개를 끄덕이곤 PC와 지상으로 도착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요. 집중해야 하니까."

 

PC가 멀리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면 KPC는 힘을 모아 건물의 흔적 아래로 집중시킵니다. ...그리고 잠시 뒤, 큰 소리와 함께 건물이 있었던 장소에 커다란 구멍이 생깁니다. 충격으로 인해 땅이 흔들리고 먼지폭풍이 밀려옵니다. 상황이 모두 끝난 뒤 그 아래를 살피면 구멍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정도 싱크홀이라면 제아무리 지하실이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해도 멀쩡하지 못할겁니다. 임무 완수군요. 이제 부장의 '힘조절 잘 해라' 라는 명령은 지키지 못했지만... 그러나 PC가 KPC에게 다가가자 그는 크게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고꾸라집니다. 코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KPC, KPC! 침묵한 그는 그대로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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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송소구에서는 무기력증을 호소하던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왜 갑자기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사람들은 말했지만, 그에 대해 누군가의 음모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Y제약과 사교도 간의 유착관계는 밝히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Y제약이 경쟁사를 상대로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것이 밝혀져 세간을 들썩이게 하고 있습니다.

 

"3월 21일 생겨난 거대 싱크홀이 낙고빌딩을 삼킨지 오늘로 딱 열흘이 됩니다. 복구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는 총... ..."

 

센터 로비의 텔레비전이 무미건조하게 소식을 전합니다. KPC가 만들어낸 싱크홀 복구작업은 더디지만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는 사교도들의 시신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부장의 말에 따르면 조만간 그들이 이계생물 숭배 활동을 했다는 것이 밝혀질 거라 합니다.

그리고 KPC는... ...아직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가뜩이나 힘을 많이 쓴 상태에서 다쳤고, 다친 상태에서 다시 과하게 능력을 사용한 것이 몸에 무리가 갔을 거라고 합니다. ...그런 줄 알았으면 그런 부탁도 하지 않았을텐데. 그러나 산소호흡기를 달고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부장과 다른 요원들은 이번 일이 의외라고 말합니다. 설마 그 KPC가 자신을 포기하면서까지 나설 줄 몰랐다고요. 괜히 너덜거리는 팔찌를 만지작거려 봅니다.

... ...오늘도 PC는 KPC가 있는 병실로 향합니다. 그가 병원에 입원한 이후 PC는 하루도 빠짐없이 병문안을 갔습니다. KPC가 웃어주는 것도 아니고, PC에게 농담을 던지는 것도 아니지만... ... 오늘은 꺠어나지 않을까 하는 믿음 때문입니다. ...일어나면 잔소리를 실컷 해줄 것입니다. 이 자식아, 몸 상태가 안 좋으면 못 하겠다고 해야할 거 아냐... ... 그러니까 오늘은 눈을 떠주라. 원망은 어느새 애원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병실은 오늘도 고요합니다. 창밖으로 만개한 벚꽃이 흩날립니다. 들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커튼이 너울거리고 있습니다. PC는 다가가 KPC가 누워있는 침대의 간이침대를 꺼내 앉습니다. KPC는 미동도 없이 곤히 자고 있습니다. 너는 나를 쫓아 여기까지 왔구나. PC, 기분이 어떤가요? 괜히 잠든 KPC의 볼을 손으로 콕 찔러봅니다.

그러자 일순간 KPC의 미간이 좁아지더니 희미하게 눈을 뜹니다. 잠시 상황파악을 하는 듯 눈을 깜빡이더니 PC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 ... ... ...선배... ... 안녕."

 

콱 잠긴 목소리로 PC에게 인사하더니 이젠 실실 웃기까지 합니다. PC는 뭐라고 대답하나요?

 

"선배, 내... ... 파트너가 되어줘. 나랑 같이... 다니자."

 

일어나자마자 하는 말이 이런 거라니. PC는 이마를 짚고 골치 아파 했지만, 글쎄요.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도 않잖아요? 봄바람이 기분좋게 불어왔습니다.

 

PC 생존 KPC 생존

싱크홀은 1D12개월 동안 복구됩니다.

 

 

B. 자폭장치를 실행시킨다.

 

KPC는 놀란 눈으로 PC를 바라보더니 곧 빠르게 수긍합니다.

 

"알았어요. 그럼 서두르죠. 난 지하 2층으로 가서 자폭장치를 실행시킬게요. 선배는 살아있는 사교도를 찾아서 먼저 밖으로 나가요. ...몸조심해요."

 

그리 말한 KPC는 지하 2층으로 향합니다. PC는 숨이 붙어있는 사교도를 찾습니다. 관찰력 판정.

 

실패: 한참을 찾다 겨우 고통스러워하는 사교도들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성공: 건물 잔해 밑에 다리가 깔려 고통스러워하는 사교도들을 곧바로 몇 찾아냈습니다.

 

PC는 이들을 부축해 건물 밖으로 데리고 나갑니다. 자폭장치를 실행시킨 KPC가 뒤늦게 합류하여 사교도 몇몇을 미리 데리고 멀리 옮겨놓습니다. PC도 조금만 더 가면 안전구역에 다다를 수 있어요. 그 때였습니다. 쿠르릉, 하고 땅 밑이 크게 울립니다. 뒤이어 폭발이 일어나 충격파가 번집니다. 이런, 너무 늦었어! PC는 반사적으로 사교도를 안전한 곳으로 밀쳐내고 대신 충격에 휩쓸립니다. 거대한 폭발이었습니다. 원래 낙고빌딩이 있던 곳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PC는 충격파로 인해 멀리 날아갔습니다. 체력 -2. PC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아아... ... 마지막으로 본 것은 KPC의 얼굴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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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 암흑에서 눈을 뜹니다. 눈을 뜨니 새하얀 천장이 PC를 반깁니다. 여긴 어디죠? PC의 코와 입에 산소호흡기가 씌워져 있습니다.

 

"선생님! PC 환자 깨어났습니다."

 

병실에 있던 간호사가 PC를 확인하곤 의사를 호출합니다. 뒤이어 들어온 의사는 여러가지를 설명해줍니다.

PC는 열흘간 혼수상태였으며, 천만다행으로 어딘가 부서지거나 못 쓰게 되지는 않았다. PC가 쓰러져 있는 동안 송소구에서 무기력증을 호소하던 사람들은 그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으며, Y제약은 경쟁사 여론 조작 문제에 뒤이어 사교도 유착 의혹까지 터지면서 사면초가 상태이다. 열흘 전에 생긴 싱크홀은 여전히 복구중인데, 아마 완전히 복구하려면 오래 걸릴 것 같다. 살아있는 사교도들은 Y제약의 재판에 증인으로 설 준비를 하고 있다.

 

손목을 보면 KPC가 준 팔찌가 완전히 끊어져 있습니다. 아마 그 충격파에도 그나마 몸을 간수할 수 있었던 건 팔찌 덕분인 듯 해요. 일단 당분간은 안정을 취하라는 말과 함께 떠나려는 의사에게, PC. 물어볼 게 있지 않나요? KPC 말이에요. KPC에 대해 묻는다면, 의사는 곤란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합니다.

 

"아... ... 그게 말이죠. 부장실을 박살냈다던데 자세한 건 모릅니다."

 

*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PC는 무작정 SPG로 향합니다.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단 채로 센터에 나타난 PC를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리고서 바라봅니다. KPC, KPC 어딨어? 무작위로 아무나 붙잡고 물으면 그 개새끼가 부장실로도 모자라서 이젠 아예 훈련장까지 초토화시키고 있다고 대답합니다.

PC는 급하게 훈련장으로 향합니다. 지하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처참한 상태의 훈련장 내부가 보입니다. 1, 2,7번 훈련장은 아예 폐쇄되어 있고,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훈련장도 문이 거뭇하게 변해 있습니다. 그떄였습니다. 커다란 충격음이 PC의 귀를 때립니다. 굉음이 들리는 곳은 4호실입니다. 오래 누워있었더니 달려가는 것도 벅찹니다. 겨우겨우 도착한 4호실의 문을 열자 KPC는 다른 요원들을 향해 화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PC, 뭐라고 하나요? KPC를 막아서나요?

그러자 KPC가 PC 쪽으로 고개를 휙 돌립니다. (부르지 않았을 경우 어련히 인기척을 눈치채고 고개를 돌립니다.) 문 앞에 서 있는 PC를 본 KPC는 그대로 주저앉더니 어린아이처럼 소리내 엉엉 울기 시작합니다.

 

"나는, 나는 선배가 잘못되는 줄 알고, 나는... ... 미안해요, 미안해요 선배... ... 미안해요... ..."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울부짖는 KPC를 달래주도록 합시다, PC.

KPC가 겨우 울음을 그쳐갈 때 즈음에는 훈련실에 KPC와 PC 둘만 남았습니다. 이제 좀 진정이 되었냐고 물었더니, KPC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 ...그러고보니, 부장실을 박살냈다고 했죠. 어쩌다가? KPC에게 이에 대해서 묻자 KPC는 쭈뼛거리더니 입을 삐죽이며 대답합니다.

 

"... ...선배가 일어나면 같은 팀에 넣어달라고 부탁했더니 글쎄, 안된다잖아요. 선배 불쌍하다고, 참 나... ... 그래서 홧김에. 그래도 부장은 죽이진 않았어요. 나 잘했죠."

 

... ...머리가 지끈하게 아파옵니다. 천장에 너덜거리던 타일이 폭삭하고 힘없이 떨어집니다. ... ...아무래도 조만간 부장실에서 탈탈 털리겠군요. 이런, 개새끼가... ...

 

PC 생존 KPC 생존

싱크홀은 1D12개월 동안 복구됩니다.

PC는 1D30일간 KPC를 울린 대단한 사람이라는 소문이 센터 내 돌고, KPC는 1D6개월간 감봉처분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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